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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감자의 실종', "폴링 인 폴", 2014.

S.mi 2015. 2. 7. 22:48


"나는 용기를 내어 차례대로 글자를 적어나간다. 


아주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감자를 잃어버렸습니다'라고. 


그렇게 쓰다가 나는 그것이 잃어버린 것이 맞는지 몰라 잠시 머뭇거린다.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잃어버렸다'고 쓰는 것이 옳은가, 나는 묻는다. 


아니 이것이 옳고 그를 수 있는 문제인가 나는 다시 망설인다. 


'정확하다'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잃어버렸다고 쓰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가, 나는 자문한다. 


설혹 정확한 표현이어도 내가 생각하는 '잃어버렸다'와 글을 읽은 사람의 '잃어버렸다'는 


같은 뜻일 수 있을까. 


무서워진다." ㅡpp.28~29



종종 나를 덮치는 어떤 공포는 이런 것이었을까? 

옮겨 쓰다가 문득 이것과 그것이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망설인다. 

그래도 오늘은 무섭진 않으므로 마저 옮기도록 한다.



폴링 인 폴

저자
백수린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2-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김윤식, "물건 되겠다 싶데" 백수린 첫 소설집 [폴링 인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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