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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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호 편, 백 년 동안의 진보, 2015

S.mi 2016. 5. 24. 18:50



진보가 '세속종교'가 되었다면 우리는 신을 죽였듯이 '진보'도 죽여야 한다. 

문제는 구체적 인간이요 삶인 것이지 대문자 역사나 환상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다. 

( ··· ) 

근대를 추동한 발전사관으로서의 '진보'를 장례 치르고 우리가 찾아 나서야 할 진보란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고정된 자동번역장치로서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주어진 삶과 지배와 기준에 맞서는 태도와 입장, 불연속적인 시간 속에서 

이질적인 것들을 포괄하고 내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의 존재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진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부단히 운동하는 진보이며 현재형으로 작동하는 진보일 수밖에 없다. 

진보는 필연적으로 자기를 배반하고 관계 속에서만 자신을 위치시키는 

부정의 변증법이어야 한다. 

미래를 꿈꾸되 미래를 절대화하지 않아야 한다. 

즉 진보란 필연적으로, 늘 정치적 현재다.


―박헌호 편, 『백 년 동안의 진보』, 소명출판, 2015, 47~4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