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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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나의 독재자>, 2014

S.mi 2014. 11. 10. 13:04

나의 독재자 VIP 시사를 다녀왔다. (2014.10.20, @건대 롯데시네마)




어느 괴팍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혹은 어느 한 시대의 초상이 아니라, 
모두가 가슴 한 켠에 담고 있을 '우리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여서 영화를 보는 마음이 더 먹먹해졌던 것 같다.

<나의 독재자>를 보고 나오는 길에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도모구이>가 떠올렸다.
부자 관계의 양상과 그 묘사방식이 매우 다르긴 하지만, 

그 영화 역시 아버지와 전쟁의 폭력적 광기에 휩싸였던 쇼와 천황을 병치시킨다.


<도모구이>는 역사를 한 가족사로 풀어내면서 과거의 광기와 폭력 및 그로 인한 비극적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동시에 아버지를 부정하고 극복해야 할 과거로 그리면서 아들 세대의 각성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해준 감독의 <나의 독재자>에서 아버지는 부정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영화가 놓인 자리가 다른 까닭이겠지만..) 

유별나게 변해버린 아버지의 절대 이해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장면들을 의도치 않게 들여다보게 되면서, 아들은 그것이 가혹한 현실에 치이면서도 아들에게만은 인정받고 싶었던 평범한 한 가장의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도 아버지가 되기로 한다.
DNA의 모체를 이르는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에게 보여줄 일생일대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평생을 배역에 맡겼던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진짜 아버지가..

사실 이해준 감독의 신작에 기대를 하면서도 설경구와 박해일이 부자지간으로 나온다는 캐스팅 소식에 염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어제 스크린에서 본 설경구는 완벽한 '태식의 아버지'였다. 

소원에서부터 감지되었던 그의 큰 변화가 이제 자리를 잡은 듯해 더욱 반가웠달까..

촬영용 메이크업도 하기 싫어한다면서 배역을 위해 몇 시간씩 걸린다는 특수분장을 견뎌낸(?)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ㅋㅋ



나의 독재자 (2014)

7.3
감독
이해준
출연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 이병준, 류혜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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