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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릭 벤젠룰, <서칭 포 슈가맨>

S.mi 2014. 12. 18. 12:42



<서칭 포 슈가맨>을 다시 보다.

처음 영화관에 걸린 포스터를 봤을 때는 참 촌발 날리는 포스터라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은근 정감가는 레트로버젼이라는 생각이..;;
 
그땐 시네마트랩에서 영화를 봤었는데, 
합연실에서 공부가 잘 안된다는 핑계로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를 꼬여내 
시간 맞는 영화를 고른다고 고른게 <서칭 포 슈가맨>이었다.

뜻밖의 좋은 선택이었음은 영화가 시작되고 금방 알았다.

'Sixto Rodriguez'라는 미국인 가수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로드리게즈의 두 삶을 교차해 보여주며, 
"American Zero"와 "South African Hero"라는 
전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두 삶이 겹쳐지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해나간다. 

전설적인 팝스타를 두고 신화처럼 전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의 
진실을 밝혀나가던 기자가 모든 환상을 걷어내고 로드리게즈의 실체를 대했을 때 
정말 그렇게 뛸듯이 기쁘기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좀 있었으나..

영화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금방 까먹고 음악에 맞춰 발박자 까딱까딱~

당시 열심 공부 중이던 지젝 때문인지 동행인과 나는 영화를 보고 나와 
발제문이라도 쓸 기세로 영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때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로드리게스를 생각하면 문득 작가 손창섭을 떠올리게 된다.

이상하게도 나는 지구 반대편에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또 다른 자신이 있었다는 
믿지못할 사실을 마주하게 된 로드리게즈의 심정보다, 
그를 만나 그 사실을 전하기까지 전력을 다해 그를 추적했을 
기자의 심정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까닭일까? 


한때 문단을 떠들석하게 한 사건 중 하나로 

죽은줄 알았던 손창섭이 실은 일본에 살아있었다, 는 뉴스가 있었다. 

지금은 정말로 고인이 되셨지만, 
당시 그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신의 희작>이 
실은 철저한 픽션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창섭 자전적 소설 연구자들을 당혹케 했었다. 


괴벽스런 작가를 둘러싼 판타지가 걷히고, 

그 뒤에 실은 아무것도 없었음을 확인한 연구자들의 허탈한 마음..
로드리게즈를 추적했던 이들의 마음도 그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딱히 뭐 별 얘길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서칭 포 슈가맨 (2012)

Searching for Sugar Man 
9.1
감독
말릭 벤젤룰
출연
말릭 벤젤룰, 로드리게즈
정보
다큐멘터리 | 스웨덴 | 86 분 | 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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