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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강경태, 이옥섭&구교환, <오늘영화>, -SIFF 2014 개막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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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강경태, 이옥섭&구교환, <오늘영화>, -SIFF 2014 개막작

S.mi 2014. 12. 2. 12:39


SIFF 2014 개막작인 <오늘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가 기획, 제작, 배급까지 책임지는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의해 제작되었단다. 


작년 개막작인 <서울연애>처럼 <오늘영화>도 옴니버스식 구성을 하고 있는데, 

영화를 매개로 만나는 두 남녀이야기 <백역사>, 

‘마트료시카 구성’이 돋보이는 <뇌물>, 

사랑에 관한 기록을 담은 <연애다큐>의 3편이 한데 묶였다. 


이번 인디트라이앵글 주제는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 그런지 

세 편의 영화 모두 영화제작을 소재로 한, 메타영화였다. 

심지어는 영화제작관련 장면이 한 장면도 없는 <백역사>까지도..



영혼없이 기계적으로 일하던 남주가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와 데이트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서 결국 목적한 바를 이룬다는 내용의  <백역사>에서 

영화는 둘의 데이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구실로  잠시 등장한다.

심지어 두 남녀는 영화관에 들어가서 영화는 안 보고 다른 일만 하나 나오므로 

<백역사>에서 영화의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일하는 만두집에 가서 그녀 주변을 얼쩡거리고 

여자와 사귀기 위해 알바비를 선불로 당기는가하면

더 이상 당겨쓸 돈이 없어 알바하는 곳의 돈통을 들고 튀려다 걸려 

흠씬 두드려맞는 남주를 보며 나는 영화감독이 꿈인 한 친구를 떠올렸다. 

독립영화에 꽂혀 어떻게든 자기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영화판을 맴돌며 알바를 뛰고 영화제의 문을 두드리는..

<백역사>의 여주가 늘씬하게 잘 빠진 8등신 미녀가 아니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동네 만두가게에서 일하는, 애써 꾸몄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촌스러운 데가 있는 그녀..

그녀의 매력이 남주로 하여금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게 만들고 

있는것 없는 것 다 털어 그녀에게 달려가게 만든 것처럼..

독립영화도 아마 그 친구에게, 그리고 감독에게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뇌물>은 영화 안에서 스스로 지칭하길 '마뜨료슈카 형식'이라고 하는데,

그걸 말로 설명하자면.. 

영화를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은 찍는 사람을 찍는.. 뭐 그런..;;

어쨌거나 마지막 장면이 첫 장면으로의 순환을 예고하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였다.

(쓰다보니 이상의 시가 떠오르는..;;)  


<뇌물>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구대일이라는 영화 감독이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찍은 영화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코멘트를 수집하고 때론 그에 논박한다.

문제는 그가 찍은 영화가 

구대일이라는 영화 감독이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찍은 영화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코멘트를 수집하고 때론 그에 논박하다는 내용이라는 것.

이게 마뜨료슈카 형식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랄까..?

 

사내는 영화 속의 이야기를 영화 밖 현실에서 실현하기도 하고

안쪽 프레임에서 한 말을 바깥쪽 프레임에서 뒤집기도 한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기 보다는 

영화 전체의 구조와 사내의 태도에 주목하는게 중요하다는 느낌의 신선한 영화였다.  

 


마지막 작품은 <러브 다큐>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다.

뭐 이런 뉘앙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회색머리 하고 영화도 찍어 보고 싶었고, 새로 산 정장도 영화에 출현시키고 싶어서 소재를 찾다가

 영화에서처럼 제가 기록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망에 덜컥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구교환 감독의 인터뷰만큼이나 발랄하고 매력적인 영화였다.

   

줄거리를 아주 소략하게 정리하면 

배우지망생 여주와 감독지망생 남주가 우여곡절 끝에 연애다큐를 찍고 끝내는 헤어진다는 내용인데

포인트는 그 '우여곡절'이었던 것 같다.

그 우여곡절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빵빵 터졌다.  

부디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하시길..ㅋㅋ


아.. <LUV DACU>의 짧은 영상은 아래 ↓

(허락 없이 링크 걸었다고 페북 주인이 화내시면 어쩌지??;;;):

https://www.facebook.com/video.php?v=808204495888599&set=vb.100000971686124&type=2&theater


개인적으로는 <서울 연애>보다 <오늘영화>가 더 재밌었는데, 

얼른 개봉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