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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미성년: Miss the train> - SIFF 2014

S.mi 2014. 12. 2. 15:21





이경섭 감독의 <미성년>


씨투 때 권율 배우 만난다고 필르모그래피를 찾아보다가 

<미성년>이라는 제목을 봤는데, 영화는 찾을 길이 없어 매우 궁금했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경쟁장편으로 나왔다길래 얼른 예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참 매력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무당인 엄마가 죽고 혼자 남은 소진에게 어느날부터 혼령들이 찾아온다. 

    원치 않는 운명이 자신을 덮치려 한다는 사실에 두려워진 그녀는 멀리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를 찾아달라고 찾아와 그녀를 괴롭히는 정장 사내로 인해

기차를 타지 못하게 된 그녀는 

그를 피해 도망간 곳에서 연우를 만난다.   


여주가 '무병에 걸린 엘리스'라면 남주는 '초콜렛 만드는 토끼'?


연우가 안내하는 환상으로 들어간 그녀는 몸이 작아지거나 커지는 대신 연주가 된다.

그리고 그 이상한 나라를 여행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토록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알게되는 것..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엄마 말의 속뜻을 알게 되는 것.. 

그런게 아니었을까?


'미성년'이라는 제목이 꽤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병으로 은유된 소진의 성장통 뿐만 아니라, 연우와 연주의 비극을 아우르는 제목이었고

또 제목에서 느껴지는 미완의 느낌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도 잘 어우려진 까닭.. 

그밖에도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는데, 

하루 지났다고 생각이 잘 안 난다는 슬픈 이야기..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일 염려했던 건 그녀가 영화의 마지막에 

그녀에게 덜 불편한 현실과 타협하는 것으로 그녀의 성장이 완료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거였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관객이 여기 있었다..ㅡㅡ;;



영화가 끝난 후 GV 때에 감독님에게 물었다. 

그래서 소진은 저 배에서 내린 후에 다시 기차를 타러 갔을까요? 하고..

그녀가 다시 자기 의지로 기차를 타러 갔을거라 생각한다고 감독님을 대답하셨는데, 

그렇다면 쩌면 이제 그녀에게 기차를 타느냐 못 타느냐의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기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의지를 갖는 것이므로..


GV 도중, 소진이 사는 마을이 너무 외져서 현실 같은 느낌이 안 든다, 뭐 그런 감상도 나왔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느낌이 참 가지각색인가보다. 

나는 오히려 소진이 통과제의를 겪는 공간이 한적하고 동떨어진 곳이라 좋았던 거라..

통과제의의 3단계 어쩌고 하는 어려운 이론을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무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그녀가 존재하는 공간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같은 곳이니 

사이의 공간으로서 모호한 느낌을 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했고.. 


아..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화상 자국으로 연주의 세계과 소진의 세계를 구분하는 줄만 알았는데, 

스틸 사진을 보다보니 연주의 공간과 소진의 공간은 

대비되는 영상의 색감으로도 표현되었던 것 같다. 


어쩄든 여러 가지로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


다만 통과제의, 성장의 키워드 때문인지 

영화보는 내내 부끄러운 석사논문의 추억이 떠올라 매우 슬펐다는 게 함정..

영화보면서 혼자 이니시에이션의 3단계, 분리, 전이, 통합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거 되뇌이기 있긔없긔..ㅠㅠ


어쨌거나 개봉하면 다시 한 번 보러갈거다!

 




미성년

Miss The 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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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경섭
출연
박주희, 권율
정보
| 한국 | 85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