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원형

김정훈, <들개>, 201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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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들개>, 2013.

S.mi 2014. 12. 23. 20:07




자신이 만든 사제 폭탄을 대신 터트려줄 사람을 찾는 취준생 정구와

하루하루가 무료해 세상을 향해 시비를 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위험한 효민.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두 청춘의 이야기다. 


변요한 주연의 <들개> 보려고 찾다가, 

잘못 짚어서 <들개들>을 먼저 봤다는 당혹스러운 사실..;;  

<들개들> 보면서 변요한 어디있나 찾은 건 비밀..ㅠㅠ


<들개들>은 완전 다른 종류의 영화였음..↓

<들개들>의 주연배우 이름과 <들개>의 감독 이름이 같아서 검색할 때 둘이 같이 걸린듯..ㅋ 



들개들 (2014)

5
감독
하원준
출연
김정훈, 차지헌, 명계남, 이재포, 조덕제
정보
스릴러 | 한국 | 99 분 |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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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2014)

Tinker Ticker 
7.9
감독
김정훈
출연
변요한, 박정민, 김희창, 오창경, 박성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2 분 | 2014-04-03


다시 <들개>로 돌아와서..



 

정구는 '사회'라고 불리우는 곳에 들어가기 위하여,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어슬렁 어슬렁 그 주변을 맴돌며 애완견 코스프레를 하는 들개 같은 캐릭터다. 

갑과 을로 이루어진 수직적 사회에 적응하여 그는 어떻게든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교수의 양말 빤 술까지 마시며 비위를 맞추는 것은 그 떄문. 

그에게 주어진 자리에서는 그 방법 밖에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뒤집어 쓴 양가죽이 벗겨질 때를 대비하여 부지런히 이빨을 갈아둔다. 

사제폭탄이 바로 억눌린 그의 본능을 풀어 놓는 대상이자, 매일같이 날카롭게 다듬는 그의 이빨인 것이다.


반면 곧 터질 폭탄처럼 아슬아슬해 보이는 효민의 삶은 전혀 다르다. 

원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주어진 삶을 사는 효민은 삶이 무료하고 따분하다. 

제 발로 울타리를 걷어차고 뛰쳐 나온 그의 눈에는 

애완동물 코스프레까지 해가며 울타리 안으로 기어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제손으로 타트리지도 못할 폭탄을 공들여 만드는 것 역시. 




정구는 누군가 자신이 만든 폭탄을 터트려주길 기대하면서도, 

자신이 사제 폭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라도 꺼리낌 없이 저지를듯한 효민의 등장이 반가웠다. 

실제 효민이 사제폭탄을 사용했을 때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으니...

그러나 그의 희열은 곧 불안으로 바뀐다. 

효민의 범죄로 인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자신이 폭탄을 제조한 사실이 드러날까 하는 극도의 불안 말이다. 



끝내 그는 들개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자신이 애써 뒤집어 쓰고 있는 양 가죽을 들추려는 형사의 손을, 

그리고 그런 자신의 노력을 한 순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같은 효민의 숨통을 끊어 놓는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리곤 다시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손빌에 하얀 분칠을 한 채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영화를 보면서 익명성을 뒤집어 쓴채 자행되는 폭력 혹은 테러에 대하여 생각했다. 

 감독이 말한 대로, 악의를 넘어서 살기까지 내뿜는 최근 우리 사회의 폭력성이

억눌린 세대로부터 분출된 분노라면

그들을 그렇게까지 짖누르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덧, 

확실히 정구 역의 변요한이 보여준 연기는 <소셜포비아>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는데, 

 그래서 더 그의 다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