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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착각

영화 읽기에 관하여

S.mi 2014. 12. 18. 12:16

영화수업에서 가장 뼈아프게 들었던 비판 중 하나가 

문학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소설로 읽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절대 내러티브에 영상을 덧붙인 것이 아니며, 

촬영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나름의 영상언어와 문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선생님은 친절하게 장 비고의 라탈랑트(L'Atalante, 1934)를 예로 들어 

두 가지 독법이 얼마나 다른 의미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셨다. 


"시적 리얼리즘의 정수인 이 영화는 공간의 폐쇄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여주인공 쥴리에뜨가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좌절 시킨다"는 선생님의 분석은 

내러티브 상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영화의 의미를 완전히 전복시켰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면 

이 영화는 해피앤딩의 결말을 가진 환상성이 강한 영화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당대 여성이 처한 비극적 현실이었으며, 

그것은 카메라의 앵글과 화면 구성, 쇼트 배치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절대 읽을 수 없다. 


모든 영화를 꼭 이렇게 분석해가며 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지 소설이 아니므로, 내러티브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본 후 

사람들이 영화가 원작의 서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거나 

감독이 원작을 마음대로 가위질 해서 보기 불편하다고 평하는 것을 들었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큰 건 알겠지만, 

영화를 볼 때는 그냥 그 영화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걸 영화로 만들었을 때 감독은 분명, 

소설과 다르게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원작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면 

영화관이 아니라 도서관이나 서점에 갔어야 했다.



라탈랑트

9
감독
장 비고
출연
미셸 시몽, 디타 파를로, 장 다스테, 질 마르가리티스, 루이 레페브레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프랑스 | 85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