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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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돌란, <마미>, 2014

S.mi 2015. 1. 5. 13:25



"희망찬 세상에서 나 혼자 절망해 봤자 좋을게 없어. 

그래서 나는 희망을 가져. 나는 승자야."

ㅡ Diane 'Die' Després, "Mommy (2013)" 



지난 가을부터 진엽이가 "돌란은 천재야!!"라며 돌란돌란 노래를 불렀던 관계로 

개봉하면 꼭 한번 봐야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보고 왔다.

그러고 보니 2015년 내 첫 영화!! 


천재야 소리를 백만번 들은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가 엄마라는 인터뷰를 읽은 데에다 

제목까지 "엄마"라서 큰 기대는 없었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서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대중매체에 쏟아졌던 엄마 이야기들에 질려버린 탓에 

그의 엄마 이야기를 또 들어야 하나.. 하는 뭐 그런 생각이 있었고, 

또 다른 이유는 린 램지 감독이 그린 "캐빈에 대하여"에서 

이미 징글징글한 아들과 엄마의 찐한 러브스토리를 한 차례 인상깊게 본 까닭에 

다른 잔상이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서였다. 


사실, 영화를 보고 온 지금도 자비에 돌란이 천재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내가 천재가 아닌 관계로, 천재를 알아볼 능력이 없어서 인지도..


그럼에도, 

단 한편의 영화를 봤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영상언어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건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사실 더 매력적인건 그 자신인듯 하지만..

 1989년생이라.. 80년대 끝자락에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 줄이야..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래도 <마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자면 1:1 비율의 화면 프레임.

인스타그램 화면비라 하면 쉽게 이해가 갈만한 정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디안과 스티브, 카일라의 세계가 갖혀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영상과 매우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특히 Counting Crows의 "Colorblind"의 가사는 

돌란이 <마미>의 세계를 정사각형 프레임 속에 넣어야만 했던 이유를 대신 설명하는듯 하다. 



무엇보다, 노래 속에서 반복되는 "I'm ready"와  "I'm fine"이라는 말이 영상과 맞물리면

그 말이 마치 스티브의 겉과 속을 모두 꺼내 보이는듯 싶어 슬프고 아리다.

   

"I'm ready. I'm...fine"

나는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고, 나는 아직 괜찮지 않지만 

밖으로 나가려면 나는 준비가 되어야만 하고, 또 괜찮아야만 한 것이므로.. 


그가 세상에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그의 사랑하는 엄마, 디안일 것이다.



디안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엄마냐 하면, 

시설에서 아들을 퇴소시키기 위한 사인을 하며 담당자와 입씨름을 하는 와중에도 

서명의 'I"위에 하트를 그리는 것은 빼먹지 않는 것이 그녀다.



시설담당자는 디안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랑과 구원은 별개라고 말하지만

돌란은, 그리고 디안과 스티브는 보여준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 자부하는 그들이 

서로 구원받기 위하여, 혹은 서로를 구원하기 위하여 어떻게 사랑하는지..  


돌란은 <마미>에서 정사각형의 답답한 프레임을 두 번 넓혀보이는데, 

한번은 스티브의 세계를, 다른 한번은 디안의 세계를 움직인다.


 


스티브의 세계를 넓힌 것은 카일라의 존재였다. 

어느 날 그들 모자의 앞에 나타난 카일라는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들어가 

서로의 결핍을 메우고 유사가족을 이룬다. 

사실 그녀의 역할 이전에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스티브의 세계는 큰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아빠)의 죽음 이후, 나(스티브)와 당신(디안)만으로 이루어졌던 그의 세계에

처음으로 그녀(카일라)라는 유의미한 삼인칭 주어가 등장한 것이었으므로..


그러므로 이제 스티브는 그녀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세상을 넓힌다. 


 

그러나 문제는 늘 외부의 시간이 그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매점방화사건으로 인해 스티브에게 소송이 걸리자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붙들기 위하여 스티브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그를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하여 약속한 장소로 가는 길, 

운전대를 잡은 그녀의 머릿 속에는 그들의 행복한 미래가 펼쳐진다. 

그녀의 상상이므로, 그녀는 프레임에 옥죄이지 않고 상상의 세계를 넓힐 수 있다.  


사실 영화의 캐릭터들이 나에겐 호감형 인물들이 아니어서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혹은 극적 장치에 심적으로 몰입할 수 없는 지점들이 많았는데,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이건 또 뭔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무래도 한번으로 끝날 영화는 아닌듯 싶으니, 

다음에는 준비 단단히 하고 가서 봐야할 듯.. 

사실 영화를 보면서 촬영과 편집 기법에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몇몇 있었는데, 

다음에 볼 때는 고런 부분들도 좀더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자비에 돌란이 한국에 보내는 영상 메세지로 마무리!!

그나저나 뉘집 아들인지, 자~알 생겼다..ㅋㅋ



마미 (2014)

Mommy 
8.4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안느 도발, 앙투안-올리비에 필롱, 쉬잔느 클레몽, 알렉상드르 고예, 패트릭 후아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캐나다 | 138 분 | 2014-12-18